치과 마취는 어떻게 되는거에요?
많은 사람들에게 '치과'하면 '아프다', '무섭다'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사실 이는 치과 마취법이 많이 발전하기 이전에 생긴 고정관념에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정말로 마취를 아예 안하고 치과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대표적으로 몇 십년 전에는 마취를 하지 않고 신경치료를 했었습니다.
오히려 환자 분이 신경 치료 과정에서 어떻게 반응을 보이느냐를 가지고 치과의사가 치료가 어디쯤 진행되고 있나를 판단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기에 환자 분은 신경치료 내내 "아야~!!", "아악~!!!"을 계속 외치는 상황이었죠.
치과 진료실 여기 저기에서 저런 외마디의 비명이 들려오고, 신경 치료에 사용되는 특유의 치과 냄새를 만드는 치과 약품(IRM-유제놀(Eugenol)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치아 신경의 통증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진정 작용을 합니다.) 냄새가 풍기고, '위이잉~'하는 치과 핸드피스 드릴 장비의 시끄러운 소리까지 합쳐지니, 그야말로 치과는 괴기스러운 공포를 자아내는 공간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 Edward Steed / The New Yorker, 2024
차라리 전신 마취여서 의식이 아예 없으면 이런 상황을 아예 모르고 지나칠텐데, 국소 마취이다보니 정신은 또렷하고 내 주변 환경에 더 민감해지며 그 모든 자극이 공포를 일으키는 상황이 되어버리는거죠. ㅠㅜ
마라톤 맨 (Marathon Man, 1976) 에서는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끔찍한 치과 고문 장면이 등장합니다. 나치 출신의 치과의사가 주인공(더스틴 호프만)을 의자에 묶어두고, 마취도 없이 치과 드릴로 생니를 갈아내며 비밀 정보를 요구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1990년도까지 치과 진료실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었던거 같습니다.
오늘날의 치과는 사실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치과 마취법이 정말 많이 발전했거든요.
이에 대해서 한번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주사기의 주사 바늘을 통해 액체 형태의 의약품을 몸 속으로 넣는 진료행위로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엉덩이 주사이고, 두번째는 혈관 주사입니다.
이 두가지는 그 근저에 깔린 기본 개념이 정반대입니다. 엉덩이 주사는 주변에 혈관이나 신경처럼 위험할 수 있는 인체 조직을 피해서 주사 바늘이 들어가는 방식이고, 혈관 주사는 반대로 의도적으로 혈관이라는 인체 조직 내부로 주사 바늘을 찔러넣는 방식입니다.
치과 마취는 이 두 방법 중 두번째 방식에 더 가까운 마취 방식입니다.
특히 아래턱 마취가 그렇습니다.

위 이미지는 아래턱으로 분포하는 신경의 모습을 모식도로 그려놓은 것입니다.
작은 빨간 타원이 보이실텐데, 그 지점이 아래턱 마취의 주사바늘이 위치해야하는 곳입니다.
문제는 저 위치가 주변의 아래턱 뼈에 의해 감싸져서 오목하게 함몰되어 있는 부위여서 주사 바늘이 정확한 위치로 접근하기가 까다롭습니다. 특히 빨간 타원 바로 앞 쪽이 광대뼈 쪽으로 향하는 아래턱의 가장 두꺼운 능선이 존재하는 곳이여서 이 두꺼운 능선이 주사 바늘이 제대로 주입되는 것을 방해하기에 주사 바늘의 방향이 잘못 향하면 빨간 타원에는 접근조차 못하고 그 주변부에만 위치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 환자 분들께 하나 팁을 드리면 아래턱 마취 때 무서워서 오히려 의도적으로 입을 작게 벌리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렇게 입을 작게 벌리면 오히려 주사 바늘이 이 두꺼운 능선을 지나기 어렵게 만들어서 아래턱 마취를 더 어렵게 만듭니다. 즉, 마취할 때 더 많이 아픕니다. 아래턱 마취하실 때는 입을 크게 벌리면 주사 바늘이 이 두꺼운 능선을 지나기 쉬워져서 오히려 마취가 편안히 잘 되는 것을 경험하실껍니다.)
마취액이 정확한 위치에 흘러들어가야 원하는 마취 효과가 나오게 되는데, 정확한 위치에 마취액이 들어가지 않다보니 치과 진료 중에 분명히 마취는 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마취가 되지않은 상태여서 아래 영상처럼
아프면 손 드세요치과의사: “아프면 왼손 들어주세요~”
환자: (아파서 다급하게 왼손을 듦)
치과의사: “네 조금 아파요~”
환자: “아! 아!”
치과의사: “이거 아픈 거 아니에요.”
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에서 치과의사 역할을 연기한 김원훈 님처럼 실제 치과 진료 현장에서도 치과의사가 마취가 제대로 안되어 있는 환자 분의 상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진료가 진행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 결과 환자 분은 굳이 안느껴도 되는 통증을 치과 진료 과정에서 느끼게 되고, 이는 치과는 아프고 무서운 곳이 되는 주된 인식의 근거가 되어 버립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은 '비용의 문제'입니다. 이것까지 말하면 이 글이 너무 길어지니,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좀 더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혈관에 직접 주사바늘을 꽃아넣는 두번째 방식에 가까운 치과 마취법의 특징으로 인해 마취에 실력 있는 치과의사가 아니라면 '현대적인 치과 마취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과 진료 시에 통증을 많이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마취법의 발달로 인해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과 진료시에 통증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환자 분들께 마취에 실력 있는 치과의사를 만나시면, 피부과에서 필러 시술을 받는 것보다 치과 마취가 안 아프다고 설명드립니다.
제가 미간 주름 때문에 피부과에서 필러 시술을 받아보았는데, 치과마취와 비교했을 때 정말이지 너무너무 아파서 딱 한번 필러 시술 받아보고는 그 후로는 안 받거든요. 제 생각으로 치과 마취 중 가장 아픈 마취는 입 천장 마취인데, '모기 물린 데 손톱으로 쎄게 짓누르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미간 필러 시술이 정말 이보다 몇 배는 아팠습니다. ㅠㅜ
요즘 피부 미용이 그렇게나 호황이라던데, 도대체 이런 통증을 어떻게 참고 피부과에 다니시는것인지...
'무통 마취기'라고 마켓팅하며 나온 제품들도 많지만, 그 근본 원리는 마취액 주입 속도를 늦추는 것이여서 '일반 마취기'를 아주 천천히 사용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보니, 정말 '무통'은 아직 달성된 적이 없습니다.
'무통을 추구하는 마취기'라고 부르는 편이 맞겠네요.
오히려 '무통 마취기'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 환자분에게 더 통증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혈관에 직접 주사바늘을 꽃아넣는 두번째 방식에 가까운 치과 마취법의 특징으로 인해 여러 치과 마취의 부작용도 생깁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혈관에 마취액에 직접 들어가면서 호흡이 가빠지거나, 심장이 빨리뛰거나, 살짝 어지러운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이는 마취액이 신경에 작용해야 하다보니 주사 바늘을 최대한 신경에 가깝게 위치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과 바로 옆에 붙어서 지나다니는 혈관에 주사 바늘이 직접 들어가버려서 혈관 내로 마취액이 들어가서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마취액에 일정 비율로 에피네프린이라는 우리 몸에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될 때 분비되는 호르몬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에피네프린의 효과로 인해 해당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 다른 경우는 주사 바늘이 직접 신경을 꿰뚫어버릴 때 생깁니다. 주사 바늘에 의해 신경 다발이 꿰뚫리면서 미세하게 신경 가닥들이 끊어져버리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시간이 많이 지나더라도 마취가 덜 풀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신경이라는 조직이 우리 몸에서 가장 회복이 느린 조직이여서 신경회복에는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결국 마취가 덜 풀린 듯한 느낌은 해소가 됩니다.
이런 부작용들은 '혈관에 직접 주사바늘을 쫓아넣는 두번째 방식에 가까운 치과 마취법의 특징', 즉 엉덩이 주사 때는 의도적으로 주사 바늘이 가깝게 위치하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주된 혈관, 신경 조직에 주사 바늘을 가깝게 위치시킬 수 밖에 없는 한계로 인해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위와 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 뼈와 살을 갈라서 혈관과 신경의 위치가 어디인지 확인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보니, 사실 가벼운 부작용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하고 진료를 진행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가벼운 부작용의 대표적인 것이 "따끔~"으로 표현되는 주사 바늘이 피부를 꿰뚫을 때 느끼는 가벼운 통증입니다.
오늘날에는 앞서 말씀드렸던 예전에 마취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생기는 통증이 거의 다 해소되었다보니, 오히려 이런 가벼운 통증만 남아서 이마저도 어떻게든 조금 줄여보겠다도 도포 마취법이 발달해가고 있습니다만, 아직 이런 사소한 가벼운 통증까지 근본적으로 완전히 해소되는 수준까지 과학기술이 발달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또는 마취가 너무 잘 되어서 생각보다 오래가서 불편하다는 점을 호소하시는 분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저는 잠깐의 가벼운 통증이라도 없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 거의 대부분의 진료 상황에서 마취를 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연세 있는 어르신들은 예전 기억(마취법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던 때 아픈 것을 참고 치료받던 기억)이 있으시다보니 (예전 치료 기억에 비해) 잠깐의 가벼운 통증은 오히려 마취를 안하고 참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치과에 대해서 아픈 곳, 무서운 곳 이라는 인식을 갖게된 원인이 치과 마취법이 발전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마취에 실력 있는 치과의사들은 위 유투브 영상에 나온 진료 도중의 통증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특히 이런 경우 아이들이 긴장이 풀리며 진료 도중에 잠을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플까봐 치과를 너무 무서워하지말고,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좋은 시대입니다.
특히나 의료 선진국인 한국에서는 말이죠.
피부과에서 필러 맞는 것보다 안 아프다니까요~ 정말이라니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