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인형을 안겨주는 이유가 뭐에요?
치과 의자에 앉으면, 왜 손잡이부터 꽉 잡게 될까요?

작은 피젯토이 인형이 알려주는 환자의 불안에 관한 이야기
치과 진료실에는 참 고생을 많이 하는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치과 의자의 손잡이입니다.
진료가 시작되기도 전에 환자분들의 두 손에 꽉 붙잡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마치 롤러코스터의 안전바를 붙잡듯 손잡이를 움켜쥐기도 합니다.
치과 의자는 롤러코스터가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환자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롤러코스터가 출발했을지도 모릅니다.
'많이 아프려나?'
'갑자기 찌릿하면 어떡하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긴장되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면, 손잡이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 환자에게 의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긴장하지 마세요. 편안하게 계시면 됩니다."
물론 좋은 의도로 건네는 말입니다. 하지만 긴장한 사람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시험을 앞둔 학생에게 "떨지 마"라고 한다고 해서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지는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손이 움직이면 마음도 조금 편안해질까요?
혹시 '피젯토이(Fidget Toy)'라는 물건을 아시나요? 손으로 주무르는 말랑말랑한 공, 손가락으로 돌리는 작은 스피너, 누르거나 만지작거리는 장난감 같은 것들입니다.

언뜻 보면 그저 손장난을 위한 물건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물건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긴장과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이나 반복적인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불안한 생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의료 처치 과정에서 피젯토이가 어린이의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물론 연구 결과가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치과에서는 치과를 무섭게 느끼거나 아픈게 두려운 분들 또는 긴장한 분들께 마음이 안정되라고 인형을 안겨드립니다.
저는 여기서 조금 다른 부분에 관심이 갑니다. 단순히 손을 움직이는 행위보다,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조절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생각해 보면 치과 진료는 환자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의 연속입니다. 의자에 누워 입을 벌린 채 치료를 받아야 하고, 입안에서는 무엇인가가 진행되지만 그 과정을 직접 볼 수는 없습니다. 언제 어떤 자극이 느껴질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평소라면 불편할 때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할 수 있지만, 치료 중에는 그런 행동마저 조심스러워집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치과에서 느끼는 두려움이 반드시 통증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그 상황을 얼마나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두려움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작은 피젯토이를 손에 쥐고 있는 행동이 어떤 환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비록 입안에서 진행되는 치료를 직접 조절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손에 쥔 작은 물건만큼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장난감 하나로 충분할까요?
그렇다면 치과에서 모든 환자에게 피젯토이를 하나씩 나누어 주면 불안이 해결될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환자의 두려움을 작은 장난감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하겠습니까?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떤 환자는 스트레스볼을 쥐면 조금 편안해질 수 있지만, 다른 환자는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환자에게는 작은 장난감보다 치료 과정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피젯토이라는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한 가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는 자신의 불안에 대처할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때 조금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선택권이 피젯토이 하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료 중 불편하면 손을 들어 알릴 수 있고,
치료가 두려우면 잠시 쉬어 가자고 요청할 수 있고,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면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통증이 느껴지면 그 사실을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작은 선택들이 모여 환자가 느끼는 무력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는가보다 중요한 것
저는 좋은 치과 진료란 정확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치료를 받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진료 의자에 누워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치과의사에게는 익숙한 치료가 누군가에게는 며칠 전부터 잠을 설치게 만든 두려운 경험일 수 있습니다. 그런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괜찮습니다"라는 말만이 아닐 것입니다.
무엇이 두려운지 물어봐 주는 것.
앞으로 어떤 일이 진행될지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
환자가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필요하다면 잠시 멈춰 환자가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는 것.
물론 모든 치료를 불편함이나 통증 없이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피젯토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가 자신의 불편함을 표현했을 때, 그것을 존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인지도 모릅니다.
치과 의자의 손잡이를 꽉 붙잡고 있는 환자를 보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저 손에 힘이 조금은 빠질 수 있도록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폭신한 인형이나 말랑말랑한 스트레스볼 하나가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환자가 손잡이를 놓아도 괜찮겠다고 느낄 만큼, 의료진을 믿을 수 있는 진료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가 두려움이나 통증 때문에 손을 들었을 때, 그 손을 외면하지 않는 치과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피젯토이 인형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어쩌면 그 단순한 사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