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신경치료를 안하려 하지 마세요.
오늘은 환자분들도 되도록 받고 싶어하지 않아 하시고, 치과의사들도 가급적이면 기피하는, 신경치료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의료 수요자와 의료 공급자 모두 기피하는 특이한 치과 진료가 바로 신경치료입니다.
환자분들이 치과치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 중 대표적인 것이 ‘신경치료는 가능한한, 안 하는것이 좋다.’ 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사실 이런 오해는 제가 보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서로 결합되며 생겨난 것으로 보입니다.
- 과거 치과 신경치료 장비와 치료 기술의 한계
- 건강보험으로 강제 책정된 낮은 신경 치료비(저수가)로 인한 치과의사들의 기피
- 최대한 치아를 덜 건드리고 보존하고 싶은 환자분들의 심리
이렇게 세가지가 일단 금방 떠오르네요.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파노라마 X-ray 사진을 보면 노란색 네모 박스와 빨간색 네모 박스가 있습니다.

노란색 네모 박스 안은 예전에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못해서 그에 따라 아직 의료 장비와 치료 기술이 부족한 시기에 이뤄진 신경치료 방법으로 치료가 마무리된 치아의 모습입니다.
대조적으로 빨간색 네모 박스 안은 세월이 흘러 좀 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그에 따라 발전된 의료 장비와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진 신경치료 방법으로 치료가 마무리된 치아의 모습입니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둘의 차이는 치아 뿌리 끝까지 하얗게 보이는 물질로 밀봉이 되어있는지 아닌지의 차이입니다.
뿌리 끝까지 하얗게 보이는 물질로 밀봉이 되어있는 치료법(빨간색 네모 박스)이 좀 더 “최근의 치료 방법”입니다.
노란색 네모 박스의 예전 치료법으로 신경치료를 하는 치과는 특징적으로 여러분이 ‘치과하면 떠올리는 치과약품 냄새’가 치과에서 많이 납니다. (독성이 강한 쪽으로는 파라포름알데하이드(방부제)라는 약품이 있고, 독성이 약한 쪽은 IRM(또는 유지놀)이라는 약품이 있습니다.)
치과냄새하면 떠올려지는 치과약품들이 대체적으로 인체에 독성이 강하다보니 점차적으로 사용이 금지가 되면서, 좀 더 최근의 신경치료방법으로 신경치료를 하는 치과들은 치과하면 떠오르는 치과 특유의 냄새가 잘 안 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치료법이 변화하게 된 이유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에 없었던 치과 치료 재료와 장비들이 새롭게 개발되며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아래 사진과 같은 신경치료 기구(NiTi file)가 개발되면서,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경치료 성공률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이 치료기구가 개발되자 많은 치과의사들이 그동안의 숙원이 해결된 것처럼 환호를 질렀습니다.
예전 방법으로 신경치료를 하였을 경우에 장기적으로 신경치료의 결과가 좋을 확률이 대략 50~60% 정도라면, 새롭게 개발된 방법으로 신경치료를 하였을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신경치료의 결과가 좋을 확률이 대략 80~90% 이상까지도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치과의사의 실력에 따라 장기적 성공률이 많이 다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를 생각해보면,
환자분의 입장에서나 치과의사의 입장에서나 서로 얼굴을 붉힐 일이 엄청 많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환자분의 입장에서는 몇 번에 걸쳐 고생하며 기껏 신경치료를 받았는데, 얼마 사용하지도 못한 거 같은데 다시 통증이 재발하면 얼마나 치과의사가 원망스럽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치과의사의 입장에서도 몇 번에 걸쳐 고생하며 기껏 신경치료를 해드렸는데, 얼마 사용하지도 못한 거 같은데 다시 통증이 재발해서 환자분의 얼굴을 마주봐야한다면 얼마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고 스트레스가 생길까요……
예전에는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이런 일들이 치과에서 비일비재 했었습니다.
치과의사들도 사람이다보니, 신경치료의 결과가 좋을 확률이 반 정도 밖에 안된다면 굳이 어렵고 힘든 신경치료를 하기보다는 적당히 통증만 사라지게끔 해서 어떻게든 신경치료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거기에 더해 나라에서 건강보험으로 강제해놓은 신경치료비용은 치료에 사용된 재료비용을 제하고 나면 의료인력의 인건비는 쥐꼬리만큼 쳐주는 것 같은 느낌인데,
환자분들은 몇 백원에서 몇 천원 정도되는 신경치료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내는 것에 이런 조그마한 비용까지 왜 내느냐고 항의하는 분들도 제법 많았고 그마저도 안 내려다보니, 이래저래 여러모로 신경치료는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정말 하기 싫은 치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치료비용도 제대로 인정 못받고, 치료 과정도 힘들고, 치료 성공확률도 50~60%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나중에 환자분과 얼굴 붉힐 일도 많이 생겼던 신경치료는, 결국 자연스레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기피하는 치료가 되어 버렸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환자분들의 인식에 신경치료는 “치료 받는 도중에도 많이 아프고, 치료 횟수는 최소한 5번 이상 방문해야하고, 그렇게 힘들게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성공확률이 50~60% 밖에 되지않아서 다시금 통증을 느낄수도 있고, 최악에는 결국 이를 빼야하는 경우도 생기는, 피할 수 있다면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치료”로 인식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에서 말씀드릴 이야기가 딱 이 모든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한국적 신경치료”와 크라운치료가 이뤄진 모습입니다.

( 2023-08-10 촬영 )
어느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오른쪽 위 끝 어금니에서 느끼시면서 환자 분께서 다음날 저희 치과에 내원하셨습니다.
그동안 저희 치과에서 다른 치아들의 충치 치료도 받으시고, 정기검진도 오시던 환자분이셨기에 관리를 못해서 생긴 통증은 아니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통증을 일으키는 치아를 살펴보니 예전에 다른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금니였는데, 이 치아는 처음 저희 치과에 오셨을 때부터 금니가 씌워져 있던 상태로 그동안 불편감없이 잘 쓰고 계셨던 치아였습니다. 오랫동안 잘 쓰다가 어젯밤 갑작스레 통증이 나타난 치아의 예전 X-ray 사진과 비교해보았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치과의사인 저도 언뜻 보기에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바로 아래 파노라마 X-ray 사진이 2년 전에 찍었던 사진입니다.

(2021-03-06 촬영)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만 아니였다면, 두 파노라마 사진의 비교만으로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보고 당분간은 지켜보자고 환자분께 말씀드렸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은 반드시 그 이유가 있기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CT를 촬영해보았습니다.

( 2018-02-13 촬영 - 정상적인 상태 )

( 2023-08-10 촬영 - 비정상적으로 치아내부의 신경 및 혈관 조직이 기능 이상이 생겨 뿌리 주변으로 염증조직이 발생한 상태)
파노라마 X-ray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유의미한 변화(뿌리 끝 주변으로 검은색의 띠)가 CT 상에서는 보여서, 입안에서 추가적인 임상적 증상 체크를 해보고는 신경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고 환자분께 치료계획을 안내해드렸습니다.
마취를 하고 신경치료를 하기 위해 금으로 만든 크라운을 살짝 제거해보니, 그제서야 갑작스레 왜 그렇게 밤에도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발생했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전에 치료받으셨을 때 어떻게 해서라도 신경치료를 하지 않기 위해서, 비록 충치가 많이 남아있지만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남겨두고, 충치세균의 활동을 억제시키기 위해 (치과하면 떠오르는 냄새를 지닌) 치과약품을 이용해 충치를 덮어버리고, 그 위에 금으로 만든 크라운을 덮어씌우는 치료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위에서 말한 “예전 방식의 신경치료”를 받은 상태였던 것이죠.
크라운이 금속(Gold 합금)이다 보니, X-ray 사진이 내부를 보여주지 못하고 하얗게만 보이다보니, 금(Gold 합금)으로 둘러싸인 내부 상태가 신경치료를 받은 것인지 아닌지 알수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신경치료가 ‘제대로 치료하기도 힘들고, 치료비용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치료’라는 인식이 많은 치과의사들에게 아직도 있다보니,
이렇게 엄연히 충치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충치를 제거하지 않고, 충치세균의 활동을 억제하고 통증이 잘 느껴지지 않게 하는 치과약품을 써서 치료하는 “예전 방식의 신경치료”가 아직 치료 현장의 일선에서 여전히 치료 방법 중 하나로 많이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더 나은 치료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물론 어느 것이 더 좋은 치료법인지는 치과의사마다 견해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통계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최근의 신경치료 방법”이 좀 더 확률적으로 더 높은 좋은 치료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 글의 제목에서처럼 “너무 신경치료를 안하려 하지는 마세요.”라고 자신감 있게 말씀드릴 수 있게 된 것 입니다.
해당 치아는 아래 X-ray 사진의 맨 왼쪽 치아로 잘 치료해드렸고, 현재까지도 편안하게 잘 사용 중이십니다.

예전 방식의 신경치료가
“치료 받는 도중에도 많이 아프고, 치료 횟수는 최소한 5번 이상 (많을 경우 10번 이상) 방문해야하고, 그렇게 힘들게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치료 성공확률이 50~60% 밖에 되지않아서 다시금 갑작스레 통증을 느낄수도 있고, 최악에는 결국 이를 빼야하는 경우도 생기는, 피할 수 있다면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치료”
라고 환자분들께서 인식하셨다면,
최근 방식의 신경치료는
“마취가 잘되면 신경치료 과정 자체에서는 그리 아플것이 없고, 신경치료 횟수는 보통 3~4번 이내로 마무리되고, 장기적으로 치료 성공확률이 90% 이상이 되는 치료”
라고 환자분들께서 인식해도 될만큼이 된 것이지요.
치료의 성공확률이 장기적으로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면, 예전 방식으로 신경치료를 받은 어느 누군가는 절반 정도의 확률도 언제 터질줄 모르는 폭탄을 치아 속에 지니고 있는 셈이니,
위 이야기의 환자 분처럼 어느날 갑자기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괴롭히고, 다음날 퀭해진 눈으로 치과를 찾을 수 밖에 없게 되는거죠.
아래는 또 다른 예인데, ‘예전 방식으로 신경치료’를 받았다가 아프지 않아서 병소가 커지고 있는지 모르다가 정말 악화될 대로 악화된 채로 치과에 오시게 된 경우입니다.


노란색 네모 박스 안을 보시면, 치아의 뿌리가 뼈에 의해 감싸있지 못하고 허공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보이고, 0.1 ~ 0.2mm도 채 안되는 얇게 남은 판막같은 뼈 위로 무덤같은 모양으로 두툼하게 염증 조직이 형성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이 정도로 심하게 진행이 되면 잇몸뼈가 거의 없기 때문에 윗니 임플란트 수술에서 정말 최고 난이도의 수술이 됩니다.
잇몸뼈가 거의 없다는 것은 잇몸뼈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뼈를 만들어내는 세포', '면역세포', '피부를 만들어내는 세포', '혈액' 등등이 상처 부위로 원활히 공급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 (전쟁으로 치면 후방 보급부대가 없어 보급이 전혀 없는 셈입니다.) 하기에 회복도 더디고 재감염도 아주 잘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환자분께서 저희 의료진을 믿어주셔서, 서로 간의 신뢰 아래서, 긴 기간동안 잘 도와주셔서 아래처럼 좋은 치료 결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도 “예전 방식의 신경치료” 방식으로만 환자분들을 치료해드려야 했다면, 저 역시 신경치료가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은 치료 방법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예전 방식의 신경치료” 방식으로 환자분들을 치료해드린다면, 제가 치료해드린 환자분들 중 절반 정도와는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매일매일 발생될테니까요.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 받는 일입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예전 방법보다 더 나은 신경치료 방법이 개발되었고, 저희 역시 이 방법을 도입하여 환자분들께 신경치료를 진행해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더 좋은 신경치료 방법이 나타나면, 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구요.
그러다보니 저희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해드린 환자분이 100명이라면, 그중에 대략 95명 정도(95%)의 환자 분들은 오랫동안 별다른 큰 문제를 겪지않고 잘 사용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과 치료 결과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저 개인적으로도 신경치료가 기피하는 치료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하는 치료가 되었고, 실제로도 필요하다면 환자 분들께 신경치료를 자신있게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해드린 신경치료 중에서 장기적으로 안 좋은 결과를 보인 5명 정도(5%)는 어떤 경우인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바로 치아 뿌리의 옆면을 따리 금(crack)이 가버린 경우 입니다.
아래 사진은 금(crack)이 비교적 쉽게 눈이 띱니다.

아래 사진은 금(crack)이 눈에 잘 띠지 않는 경우입니다.

어디가 금(crack)일지 한번 찾아보세요. ^^;;
< 금이 간 부분이 표현된 정답 >


바로 위 사진처럼 이렇게 치아를 뽑은 상태에서도 잘 눈에 띠지 않는 금(crack)은 치아를 뽑기전 X-ray 상에서는 사실 전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오직 환자 분이 말씀하시는 불편감이 치과의사가 금(crack)이 발생했음을 짐작해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잇몸뼈가 망가져야 X-ray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치아를 뽑기 전에 이런 치아들을 내부를 파보면 아래 사진처럼 금이 가 있는게 확연히 보이기도 합니다.
< 거울을 통해 치아에 금이 가 있는 것이 보이시죠? >

< 아래는 금이 간 부분 표시 >

보통은 사각턱으로 보일 정도로 턱근육이 발달해서 씹는 힘이 강하신 분들이나 또는 큰어금니 갯수가 부족하여 씹는 힘이 집중되는 치아의 뿌리에 금이 잘 생기는 편입니다.
미래에 치아 뿌리에 금이 지금보다 좀 더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는 것은 과잉 치료가 될수도 있기에, 비록 미래에 이를 뽑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금이 약하게 가있다면 일단 신경치료부터하고 크라운 치료부터해보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인 치료의 과정입니다.
물론 90%의 이상의 확률로 상황이 안 좋아질게 너무나 뻔히 예상되는 경우에는 빨리 빼는 치료가 더 좋은 치료방법일 때도 많습니다.
결국 의료진이 얼마나 환자분들께 신뢰를 줄 수 있어서, 환자 분이 의료진을 신뢰하느냐가 치료의 결과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인 것 같습니다.
가끔 전악 보철(모든 치아를 다 치료하는 것)을 해야하는 환자 분들도 계신데, 이런 경우에도 신경치료는 필수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래 사진의 30대 환자분은 어금니가 많이 썩어서 원래 형태를 알수 없이 뿌리만 남은 치아들도 있고, 그외 남아 있는 치아들도 거의 모두 썪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환자분께서 통증을 느끼지는 않아서 그냥 방치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통증이 없더라도 치아가 너무 많이 썩어버리면 신경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경치료를 하고 싶지 않다고, 계속 방치하다보면 죄다 뽑아버려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큰 어금니를 죄다 뽑아버린 경우에는 무조건 틀니를 제작해야만 했습니다. 30대인데 틀니를 하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이야기입니다.ㅠㅜ
다행히 신경치료에 대해 그리 거부감이 없으셔서 썩어있던 모든 치아를 신경치료했습니다.

(치아 내부에 하얗게 밀봉되어 길쭉한 선들이 보이실 껍니다. 최근 방식의 신경치료의 흔적입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살릴 수 없는 그외 치아들은 빼버렸습니다.
빼버린 큰 어금니들의 자리에는 대체할 임플란트를 심고, 모든 치아가 잘 씹히도록 보철물까지 만들어서 최종적으로 전악 보철이 완료된 것이 아래 사진입니다.

이렇게 모든 치아를 저희 의료진에게 신뢰를 가지고 맡겨주시니,
저희도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히, 그리고 더 수고스럽더라도 하나 하나의 모든 단계를 거쳐서 심혈을 기울여서 진료해드렸고,
감사하게도 그 결과마저 참 좋았던 거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 분이 의료진을 신뢰하느냐가 치료의 결과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고, 신뢰를 드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시 다짐하기도 했네요.
사실 신경치료가 여전히 어려운 치료일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큰 어금니 치아 내부에 있는 신경 조직을 빨간색 염색약으로 빨갛게 염색해 놓은 것 입니다.

신경이 치아 뿌리의 끝부분으로 갈수록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서 그물과도 같은 형태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저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미세한 신경들을 모두 다 하나하나 제거하기에는 아직 치료기구의 발달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저렇게 그물같이 엉켜있는 신경과 혈관 등의 조직들이 신경 치료한 이후에는 아래 X-ray 사진처럼 매끈한 흰색으로 보일 뿐이니, 아직까지도 과학 기술, 의료 기술, 치료법이 한참은 더 발전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 분들께 아직까지는 저렇게 있는 신경을 100% 다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현실적으로 95~98%정도를 제거해내고, 나머지 2~5% 정도는 남아있는 채로 신경치료가 마무리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위 X-ray에서 보았듯이 최근 방식의 신경치료 이후에 보이는 ‘치아내부를 밀봉한 하얗게 길쭉하게 보이는 선들’은 원래 치아 신경의 ‘그물과도 같은 구조’를 따라가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치아 내부의 신경 및 혈관 조직을 100% 제거하고 밀봉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신경치료 이후에도 몸에서 평형상태를 이루며 안정화되는 회복 기간이 좀 필요합니다.
미래에 과학기술이 좀 더 발전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신경치료 기구와 기술이 개발되면 이 또한 언젠가는 극복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환자분들은 좀 더 치료 성공확률이 높은 최근의 치료 방법으로 받고 싶으실텐데요, 구체적인 치료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길이 없는 환자 분들께서 최근의 치료 방법으로 신경치료가 이뤄지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예전의 신경치료 방법으로 치료를 하는지 아니면 최근의 신경치료 방법으로 치료를 하는지, 환자분께서 쉽게 알 수 있는 가장 간단 명료한 방법은 “치과하면 떠오르는 치과 특유의 냄새”가 나는 치과인지 아닌지입니다.
예전 방식의 신경치료에 사용되던 치과약품이 “치과하면 떠오르는 치과 특유의 냄새”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나이가 젊은 분들은 이 냄새를 못 맡아보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합니다.
길게 여러 이야기를 하며 돌아왔는데 정리해서 말하면,
‘예전 방식의 신경치료 방법’으로 치료를 받았을 때 장기적으로 치료 성공확률이 평균적으로 50~60% 정도인데 비해서, ‘최근의 신경치료 방법’으로 치료를 받았을 때 장기적 치료 성공확률이 평균적으로 80~90% 정도까지 많이 증가하였으니, 신경치료를 너무 안좋은 치료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꼭 필요한 경우에는 신경치료를 받으시라는 겁니다.
환자 분들께서 생각하시는 신경치료는 안 좋은 치료라는 생각은 ‘예전 방식의 신경치료 방법’으로 오랫동안 치료가 이뤄져왔기에 만들어진 편견으로 현재는 많이 극복되었습니다.
더불어 이 글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꼭 치료 해야만 한다면 미루지말고 빨리 하는게 더 낫다.’입니다.
이는 앞으로 쓸 다른 글에서 ‘발치를 안하고, 치아를 무조건 살리려는 것이 꼭 좋은 치료는 아니다.’와 같은 맥락입니다.
왜냐면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 탈이 나기 때문입니다.
진료의 현장에 있다보면 ‘호미로도 막을 수 있었던 것을 미루다가 가래로도 막을수 없게 되어 버린 경우’를 정말 많이 보게 때문입니다.
저도 초보 치과의사 시절에는 무조건 치아를 살리고 적게 손을 대는 것이 좋은 줄 알았습니다. 그때에는 도전해보고자 하는 치기어린 마음도 있어서 정말 가망이 없는데도 일단은 살려놓고 최대한 연명해가는 치료를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제가 했던 치료에 대한 결과를 보게 되면서 ‘빼는게 더 좋은 치료였던 치아를 억지로 억지로 살린다는 것’, ‘억지로 보존해 연명한다’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는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빚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는데요, 무조건적으로 치아를 빼지 않고 적게 손을 대기보다는 앞으로 이 결과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예지성 있는 치료"를 모토로 삼고 이에 따라 치료계획을 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