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의 생각

치과는 왜 무섭게 느껴질까요? (feat. 아프면 손 드세요)

평소 "환자 분들에게 치과란 어떤 곳일까?"라는 궁금증이 일던 가운데, 우연히 유투브에서 재밌는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프면 손 드세요
누르면 유튜브에서 재생됩니다


아픈 건 환자인데, 왜 괜찮다는 말은 의사가 할까요?


유튜브 코미디 채널 '숏박스'의 〈아프면 손 드세요〉라는 영상이 있습니다.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말합니다.

“아프면 왼손 들어주세요.”

환자는 진료를 받다가 통증을 느끼고 다급하게 손을 듭니다. 그런데 치과의사의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네, 조금 아파요~”

결국 환자가 아프다고 소리를 내자 의사는 태연하게 말합니다.

“이거 아픈 거 아니에요.”

웃음을 위한 과장된 상황이지만, 치과의사인 저로서는 마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장면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진료실에서 무심코 반복해 온 모습이 저 안에 조금은 담겨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픔은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요?

의사는 치료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자극이 예상되는지, 그 통증이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신호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빠져 있습니다.

통증을 실제로 느끼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라는 것입니다.

의사에게는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익숙한 치료일지라도, 환자에게는 생전 처음 겪는 두렵고 낯선 경험일 수 있습니다.

의사에게는 '이 정도는 참을 만한 자극'이지만, 환자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통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자신의 경험과 기준만으로 환자의 통증을 판단하기 시작하면, 환자의 아픔은 어느새 치료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사소한 불편함이 되어 버립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거의 다 끝났어요.”

“이 정도는 안 아픈 건데요.”

의도는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자신의 아픔을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평소 우리는 아픈게 느껴지면 무의식적으로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 영상에서와 같은 상황은 아픈데도 불구하고 피할수가 없는, 내 몸에 대한 통제권, 주도권이 나에게 없는 상태입니다.

바로 이 사실이 우리에게 무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게 아닐까요?


통증을 없애려는 노력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치과치료에서 모든 통증을 완벽하게 없앨 수 있다고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충분한 마취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남는 경우가 있고, 염증이나 환자의 신체적 특성 때문에 통증 조절이 예상만큼 잘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증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사실과, 통증을 줄이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마취가 충분히 작용할 시간을 기다리는 것.

환자분이 통증을 호소하면 안전한 시점에 진료를 멈추고 원인을 확인하는 것.

필요하다면 마취를 보강하거나 치료 방법을 조정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분이 자신의 아픔을 눈치 보지 않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런 노력들은 진료의 부수적인 서비스가 아닙니다.

저는 이것 역시 좋은 진료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면 손 드세요.”라고 단순히 말하는 것보다 그다음이 더 중요합니다.

'아프면 손 드세요'라는 말은 참 좋은 약속입니다.

환자가 통증을 느낄 때 의사에게 알릴 수 있고, 의사는 그 신호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말이 진정한 약속이 되려면, 환자가 손을 들었을 때 의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손을 들었는데도 진료가 계속된다면, 환자는 다음부터 손을 들기를 주저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참고 견뎌야 했던 경험은 오랫동안 치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가 진료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만큼은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환자가 보내는 작은 신호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과의사에게 중요한 것은 진료를 얼마나 빨리 끝냈는가만이 아니라, 환자가 그 진료를 어떤 경험으로 기억하게 되는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은 위 숏박스의 영상이 던지는 메세지에서부터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곧 비용인 현실'에서 마취에만 공들여 5분 정도의 시간을 들이는 치과의사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1분 이내에 빠르게 마취를 끝내려고 하지요. (박리다매의 저수가 치과일수록 심합니다.)

마취는 천천히 할수록 통증을 거의 없앨 수 있습니다. (무통마취기의 원리입니다.)

진료 도중에 마취가 제대로 안 되어있는것을 확인하더라도 마취를 다시 하고 그 마취가 퍼지기를 기다리는 10~15분 이상의 시간이 진료비용 최저가 경쟁을 불가능하게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저렴한 진료비용에는 이런 부작용이 숨어 있습니다.


숏박스의 영상은 웃기게 끝납니다.

하지만 현실의 진료실에서는 조금 다른 결말이었으면 합니다.

환자가 아프다고 손을 들었을 때,

“에이, 이거 안 아픈 거예요.”

라고 말하는 치과의사보다,

“많이 아프셨어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다시 확인해 볼게요.”

라고 말하는 치과의사.

저희는 그런 치과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괜찮다는 말은 의사가 먼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분 스스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할 수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더 개선해가려 노력하는 치과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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